외국인, 삼성·하이닉스에 4조3000억 쏟아붓다
2026-04-21
지난달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이 돌연 흐름을 바꿨다. 위험 자산을 회피하던 투자 심리가 반도체 초호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환되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5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이달 초까지 이어지던 매도세는 지난 7일을 기점으로 완전히 반전됐다.
이러한 흐름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압도적인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였다. 회사가 발표한 5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 신호로 이어졌다. 지난 7일부터 21일까지의 약 2주 동안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달 19일 이후 11거래일 연속 이어진 매도 행보가 단숨에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외국인 자금은 주로 ‘삼전닉스’라 불리는 국내 대표 반도체 두 기업에 집중됐다. 지난 7일 이후 SK하이닉스에 2조4600억원 이상,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에 1조83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달 중동 정세 불안 당시 같은 두 종목에서 각각 18조원, 8조원 가량을 팔아치웠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곧 발표될 SK하이닉스의 실적 또한 호조될 것이란 기대감이 매수를 부채질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두 반도체 거인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 투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두 기업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50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예상치보다 30%에서 50% 가량 크게 높아진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호황이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을 주고 있다”며, “4월 중순까지의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가까이 급증한 점이 낙관론의 근거”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인들은 일부 종목에서는 선별적인 매도 행보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비철금속 업체 고려아연, 전기장비 기업 LS일렉트릭 등에서는 각각 수천억 원 규모의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는 반도체 중심의 매수 흐름이 지수를 견인하고 있지만, 산업별로는 차별화된 투자 전략이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전문가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국내 주요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구조”라며, “실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당분간 시장 흐름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